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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감각

착이, 안녕
작년 말 겨울방학을 맞아, 봉진님이 책 선물을 하셨다. 수용님의 '일의 감각'이다. 읽은 지 2개월이 지나서야 감상을 남겨본다.
책에서 "브랜딩이란, 일의 본질이자 존재 의미를 뾰족하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감각은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이며,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말은 같은 무게로 다른 것을 빼는 결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일의 감각'이란, '정체성(나다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덜어낼 것을 찾아내는 역량'으로 해석된다.

감각

그렇다면, 일의 감각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문제가 드러나면 오히려 두려움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대상을 좋아하려는 노력을 통해 더 잘 알게 되고, 복잡한 문제를 작게 쪼개다 보면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수용님이 제안하는 '가상쇼핑'은 흥미로웠다. 가상쇼핑이란, 낯선 분야에 '쇼핑하듯 접근'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그림을 알고 싶다면 "30만원 예산 안에서 방에 놓을 그림을 사러 가볼까?" 생각해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왜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며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물론, 감각이 커지는 만큼 타인의 생각도 차분히 파악해 나가야 한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문득 집안일이 생각났다. 나는 집안일을 좋아한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수건을 개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정리를 한다. 양말을 개는 방법을 10가지 정도 알고 있으며, 과탄산소다/구연산/베이킹소다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7가지 플라스틱 종류를 구분해 분리배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맞벌이, 육아, 인천-강남 출퇴근, 스타트업, xx평 등 다양한 제약을 극복하려면,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종종 객체지향 설계나 리팩토링의 여러 원칙들이 떠오르곤 한다. 가령 "제어할 수 없는 것에 의존하지 않기 위한" 설계 원칙은,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달리는 기차의 바퀴를 바꾸는" 경험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불필요한 요소를 안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매거진 <B>의 사면체 브랜드
그렇다면, 일의 감각을 키우면 감각적으로 일하게 될까? 감각적으로 브랜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책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기획하다 보면 디자인이 필요 없어지고, 오히려 그것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한 상식 수준의 UX는 나와 타인의 경험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직무의 벽을 깨고 이를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논리가 통하지 않는 여러 문제에서 직관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때 사람들은 '감각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롱블랙 컨퍼런스 2025 : 경험과 공감에서 봉진님이..
올해 2월 5일 'Chaak'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에 대한 분석 글도 있지만, 사실 몇몇은 공감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브랜드적 접근으로만 보였을 수 있겠지만, 매 순간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의사결정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다른 무한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달까.. 여튼 지금은 잠시 스테이폴리오 사용자의 탐색 경험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이게 무슨 일이야! - 우아한형제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활동적 삶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나누어 설명한다. 여기서 작업이란, 생계를 넘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장인으로서의 일을 의미한다. 지금껏 소프트웨어 장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체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도구를 적극 활용하다 보니 사유하지 않게 되어, 점차 단편적인 지식에 집중하게 된다. 갈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무엇에 몰입해야 할지, 감각을 곤두세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