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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과 시작, 그 사이 어딘가

음.. 어떻게 얘길 시작해야 하나

우아한형제들을 떠난다. 늘 그렇듯,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
지금도 이 선택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맴돌다가, 오랜만에 동욱님의 퇴사부검을 보았다.
문득 올해 초 인프랩에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 당시 동욱님은 상당히 지쳐보였지만, 버스 안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눈빛이었다. (미화된거 아니겠지? 아니라고 해줘요! )
몇달 뒤 작은집 10층에서 무릎꿇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고민해 간 흔적을 남겨본다.

일단 우리 형제자매님들때문은 아니야, 아니고말고

2019.01.02 ~ 2024.10.10
지금껏 만나온 동료들이 너무 좋고, 현재 팀에서 풀어내려는 문제들도 흥미롭고, 우형의 여러 모습들을 여전히 사랑한다.
내가 속한 주접팀은 PC 클라이언트 엔지니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PM 그리고 백엔드 엔지니어로 이루어진 팀이다. 각 챕터가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함께 일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참 즐겁다. (물론 우테코와 셀프서비스도!)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학습하고 적용하고 회고하고 개선해갔던 시간들.. 소소한 순간들과 일상의 기억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등 삶의 큰 변화가 있었기에, 나에겐 회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말, 내년 초엔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을 경험하게 되었을거다. 배민 내 중계는 꽤 중요한 도메인 중 하나인데,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책을 각 채널로 옮겨 응집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내 연차의 백엔드 엔지니어에게 꽤 유의미한 경험이라, 솔직히 욕심이 많이 난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오니 공기가 사뭇 달랐다. 어떤 이들은 날이 서있었고, 그렇게 몇몇은 떠나갔다. 리더십의 변화에 따라 비전도 바뀌어갔고, 외식업계와 상생해간다는 믿음에 의심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론 여론이 좋지 않았던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상황에 맞추어간다. 지난 1~2년간 행해진 의사결정들 역시 여러 맥락에서 합리적인 선택들이었을거라 믿는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스파크 튀는 그 순간, 여러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게 곧 그 모임의 경쟁력이 된다. 여기서 충돌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각각 따로 보면 여전히 좋은데, 어디서 잡음이 생겨나는걸까? 나는 이런 경우 종종 "의사소통구조가 왜곡"되었다고 표현한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등의 정보가 부족하거나 교류가 적으면 종종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다. 그 당시엔 배려였던 선한 의도가 곡해되고 오해가 쌓이면 어느샌가 불편한 감정들이 남게 된다. 이런 면에서 우수타는 건강한 소통을 위한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상처만 남게 된건 상호 존중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파랑새는 없다. 다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대안이 있기 마련이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풀어가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위기는 누군가에겐 기회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의지만 있으면 된다.

만나면 떠나기도 하고 그러는거지, 그런데 왜 지금이냐고?

사실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한 지 3년정도 되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코치들이 주기적으로 실무 경험을 쌓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었고, 이에 현업 개발자와 트레이드해보았다.
그렇게 교육자로서 3년 그리고 개발자로서도 3년이 된 지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그려가야 하는걸까..
2월. 하기싫은 일이 어딨어! 일은 다 재밌지 - 이동규
최근 5~6년간 우아한테크코스, NEXTSTEP을 통해 장/단기/세미나, B2B/B2C, 인프라/개발/멘토링 등 여러 형태의 교육을 설계하고 진행해왔다. 하지만 교육자로서나 운영자로서 벽을 마주하고 있다.
물론 처음엔 우테코로 돌아가서 다시 여러 시도들을 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나갈 땐 자유여도 돌아가는 건 내 뜻대로 안되더라.. (응..? )
다음 단계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부트캠프 운영자 워크샵 운영진으로도 참여해봤지만 의문을 해소할 순 없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집중하고 있는 문제의 결도 상이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고민했던 주제는 아래와 같다.
역량 : 인공지능 등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필요한 실무 역량은 무엇일까
운영 : 교육자의 커리어 불안정성, 부족한 교육자 수, 현업자의 아쉬운 교육 품질 및 지속성 그리고 높아진 보상 등의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업 : 움츠러든 B2C 시장,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있는 B2G(KDT)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각 부트캠프는 결국 B2B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텐데, 좀 더 건설적인 접근은 없을까
우선 좋은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여러가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지만, 현재로선 구현해낼 여력이 없다. 지금은 그저 소프트웨어 업계가 살아나면 자연스레 '개발자 채용 시장'이 커지면서 다소 해결될거라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나는 평소 제어할 수 없는 것에는 의존하지 말자는 주의라, 자연스레 다음 역량모델로 눈길이 갔다.
줄곧 20대엔 다양한 경험을, 30대엔 전문성을, 40대엔 영향력을, 50대엔 리더십을 갖추자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30대 중반을 넘어선 내겐, 대략 30대 후반 / 40대 초반 / 40대 중반 등 3번 정도 기회가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일단 개발자로서 그동안 몇가지 갈증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다.
0 to 1 경험
인공지능 / 모바일 / 프론트엔드 등 다른 분야 기술 경험
UT, IDI 등 유저리서치 기반의 의사결정
오픈소스 기여 등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성

그래서, 앞으로 어쩔거냐면 말이지..

위대한 것을 사소하게.. 아니아니,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내 결정은 그란데클립이다.
나에게 있어 일의 최저 기준은 "나를 필요로 하는가", "내가 그 일에 흥미가 있는가", "합리적 보상이 있는가" 이다. 그리고 인생의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막 이런저런 상상이 되고 설렘이 있는가",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가",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를 토대로 생각해본다. 그래서 좌우명은, “그대는 전율이어라”, “나는 오늘도 한 방울의 맑은 물이 되리라”, “나는 잘 할 수 있다” 이다.
일단 여지껏 쌓아온 백엔드 저변의 경험들(대략 개발/인프라/데이터 등)이 스타트업 현장에서 매우 유용할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면서, 내가 가진 갈증들도 다소 해소될거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우형에 있으면서 봉진님의 방향성은 여러 채널로 접해왔기에, 앞으로의 여정이 너무나 궁금하다.
그러고보니 최근 우연히 봉진님과 통화하며 예전의 어떤 기억이 떠올라 설레었다. 갑작스레 포비와 식사 중,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받았던 순간이다. (이번엔 뭐 닫혀있던 문 직접 열고 들어간 격이지만.. )
이러니저러니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사실 1년 이상의 먼 미래는 세부적으로 계획하지 않는다. 어떻게 될지 예측도 안되거니와, 미리 안다고 한들 그대로 실천할거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천가능한 작은 단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는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도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어떻게든 뭐 잘 해갈거라 생각한다. 그저 내가 행한, 행하고 있는, 행할 실천들이 좋은 울림을 갖길 바랄 뿐이다. 지금은 그냥, 항상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우형에서의 시간을 잘 매듭짓고자 한다. 끗